영화 독전 (2018)은 이혜영 감독의 범죄 스릴러로, 존니 토 감독의 홍콩 영화 마약전쟁 (Drug War, 2012)의 리메이크작입니다. 그러나 독전은 독창적인 스타일과 도덕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그 독특한 서사 구조와 도덕적 논쟁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영화는 마약왕 이선생을 추적하는 경찰과 범죄자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인물들이 속임수와 배신, 복수를 중심으로 얽혀 있는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이 글에서는 독전의 각본 구조와 도덕적 논의를 다루어보겠습니다.
각본의 구조
1. 각본 구조: 반전과 속임수가 얽힌 미로
독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반전과 속임수로 가득한 복잡한 서사 구조입니다. 이 영화는 관객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려 할수록 더 많은 비밀이 밝혀지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캐릭터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그들의 진짜 의도와 목표를 숨기며, 서사를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들어 나갑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폭발적인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마약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과 그로 인한 다수의 사망 사건은 관객에게 긴장감을 안기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이 사건은 경찰과 마약 조직 간의 싸움이 단순한 갈등이 아님을 암시하며, 이후 이야기가 진행될 복잡한 음모와 배신의 서사를 예고합니다.
주인공 원호(조진웅)는 마약 조직의 숨겨진 보스, 이선생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입니다. 하지만 이선생은 너무도 신비로운 존재로, 그의 정체는 영화 내내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원호는 이선생에 대한 단서를 쫓으며 다양한 범죄자들과 협력하고, 그 과정에서 라크(류준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라크는 자신의 가족을 죽인 마약 조직에 복수하고자 하는 범죄자이며, 원호와 임시적인 동맹을 맺어 조직에 잠입하게 됩니다.
서사적으로, 영화는 시종일관 캐릭터들의 동기와 배경을 숨기고 관객을 속이려는 의도적인 서술 기법을 사용합니다. 특히 라크의 배신, 이선생의 정체 등이 영화 후반부에서 밝혀지면서 관객에게 큰 충격을 안겨줍니다. 이와 같은 서사 기법은 관객이 영화 내내 끊임없이 추리하게 만들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선생이라는 실체 없는 존재를 추적하는 과정은 마치 미로와 같으며, 각 인물이 내세우는 동기가 진실인지 아니면 또 다른 속임수인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듭니다.
2. 원호와 라크: 두 주인공의 상징성과 도덕적 갈등
독전의 서사 중심에는 원호와 라키라는 두 인물이 있습니다. 이 두 인물은 영화 내내 동맹이지만, 그 관계는 불안정하고 복잡합니다. 그들은 서로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지만, 각자의 도덕적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에게 도덕적 갈등을 불러일으킵니다.
원호는 형사로서 범죄자를 잡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방식은 때때로 비도덕적이며, 법을 어기면서까지 목표를 이루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라크를 이용해 조직 내부로 들어가려 하며, 이는 라크의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위입니다. 원호는 범죄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수단이든 정당화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경찰이라는 직업이 본래 요구하는 도덕적 잣대와는 상충됩니다. 원호는 정의를 위해 싸우지만, 그 정의를 이루기 위해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거짓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라크는 범죄자이지만, 단순한 악역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을 잃은 슬픔과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으며, 그 역시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는 원호와 동맹을 맺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의 진정한 의도와 목적이 점점 더 모호해집니다. 결국 라크는 조직의 주요 인물들을 배신하며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데, 이는 그가 복수심 외에도 자기만의 야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두 인물 간의 관계는 영화의 도덕적 논의의 중심에 있습니다. 원호는 정의를 위해 비도덕적 수단을 사용하고, 라크는 복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은 정의와 복수, 그리고 도덕적 모호성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관객에게 도덕적 딜레마를 던집니다. 원호가 과연 진정으로 정의로운 인물인지, 라크의 복수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영화는 끝까지 남겨둡니다.
도덕적 논의
독전은 도덕적 경계에 대해 깊은 논의를 제기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은 도덕적 기준을 벗어나기도 합니다. 영화는 정의와 복수, 그리고 타락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인물들을 통해 관객에게 도덕적 혼란을 안겨줍니다.
가장 큰 도덕적 논의는 원호와 라크의 관계에서 드러납니다. 원호는 경찰이라는 위치에서 범죄자를 잡기 위해 범죄자와 협력하고, 라크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경찰과 협력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삶을 위협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습니다. 결국, 정의를 이루기 위한 원호의 행동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복수심에 불타는 라크가 자신의 목표를 위해 다른 이들을 배신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이선생이라는 존재는 정의와 범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듭니다. 이선생은 영화 내내 마치 실체 없는 존재처럼 묘사되며, 그를 잡기 위한 모든 행동은 정당화됩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밝혀지는 이선생의 정체는 관객에게 또 다른 도덕적 딜레마를 던져줍니다. 과연 그토록 집착했던 이선생을 잡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질러진 비도덕적 행위들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