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디자인
a) 시대적 고증과 사실성
"암살"의 의상 디자인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여, 그 시대의 사실적 재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의상 디자이너 조상경은 영화 속 모든 캐릭터가 시대에 걸맞은 복식을 입도록 신경 썼으며, 각 등장인물의 성격과 배경을 옷차림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주인공 안옥윤(전지현)이 입는 옷은 독립군 저격수로서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그는 군복을 입는 장면이 많으며, 이 군복은 당시 독립군들이 착용했을 법한 실제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옷의 색상은 어두운 톤으로, 독립군의 은밀한 활동과 강인함을 강조하며 캐릭터의 무게감을 더합니다. 또한 영화 후반부에서 안옥윤이 입는 서양식 드레스는 그가 잠입하는 상류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며, 시대와 장소에 따라 의상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른 주요 인물들의 의상도 그들의 신분과 성격을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독립운동을 돕는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은 독특한 서양식 복장을 입고 다니며, 그의 모험가적 성격과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합니다. 또한 친일파 강인국(이경영)의 복장은 당시 권력층의 부유함과 권위를 나타내는 양복과 고급 소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디테일은 각 캐릭터의 서사와 내적 성향을 의상을 통해 한층 더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b) 캐릭터의 감정선과 의상의 변화
영화 속 의상은 단순히 시대적 배경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적 변화와 상황에 따라 변주를 거듭합니다. 안옥윤의 경우, 임무를 수행할 때는 기능성 중심의 군복을 입지만, 그녀가 자신의 복수를 다짐하는 순간에는 보다 단단하고 결연한 모습이 담긴 의상을 착용합니다. 이는 관객에게 그녀의 감정적 상태와 캐릭터의 성장 과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하와이 피스톨과 안옥윤의 의상은 그들이 임무를 마무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의상 디자인은 영화의 주요 장면에서 시각적으로 큰 임팩트를 주며, 캐릭터와 스토리의 흐름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제작 디자인
a) 역사적 배경의 정교한 재현
"암살"의 제작 디자인은 1930년대 서울과 상하이, 그리고 만주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감독과 제작팀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세트와 소품 디자인을 창출했습니다. 각 장소의 디자인은 일제강점기 당시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재현하며, 독립군의 활동, 일본군의 지배, 친일파들의 삶을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거리는 식민지 시절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디테일로, 전차가 다니는 도로, 일본군이 점령한 관청, 기와집과 서양식 건물들이 혼재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일제의 지배하에 있는 도시의 암울한 분위기와 억압된 민중의 삶을 재현하기 위해 색채는 주로 무채색이나 어두운 색조를 사용하여 당시의 암울함을 강조합니다.
또한 상하이의 세트는 국제적 분위기를 반영하며,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이 모이는 장소인 만큼 복잡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제작 디자인 팀은 이러한 배경을 충실하게 재현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그에 맞는 세트와 소품을 구현하여 당시의 국제적인 도시인 상하이의 역동성을 성공적으로 그려냈습니다.
b) 인물의 공간과 상징성
영화 속 공간들은 단순히 배경 이상의 상징성을 지닙니다. 예를 들어, 독립군의 은신처는 좁고 어두운 공간으로 그려지며, 독립운동의 힘든 현실과 투쟁의 어려움을 상징합니다. 반면 친일파의 대저택이나 일본 관청의 공간은 넓고 화려한 장식으로 채워져 있어, 당시 권력자들이 누리는 부와 권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특히 하와이 피스톨과 안옥윤이 만나는 공간들은 그들의 서로 다른 배경과 정체성을 암시하는 상징적인 요소로 사용됩니다. 피스톨이 자주 머무는 공간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며, 서양 문물에 영향을 받은 그만의 세계관을 반영합니다. 반면, 안옥윤이 활동하는 장소들은 항상 전쟁의 긴장감과 독립운동의 현실을 보여주는 음침하고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사운드 디자인
a) 긴장감 넘치는 총격전과 사운드
"암살"의 사운드 디자인은 영화의 액션 장면에서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영화 속 총격전과 폭발 장면들은 매우 사실적인 음향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김석원 사운드 디자이너는 총기 소리, 발걸음 소리, 숨소리 등 디테일한 음향 효과를 통해 관객이 그 순간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총기 소리는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특히 인물들이 중요한 결단을 내리는 순간마다 그 강도가 달라집니다. 안옥윤이 적과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는 빠르고 날카로운 총성 소리가 그녀의 결연한 의지를 반영하며,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또한 폭발 장면에서는 단순한 음향 효과가 아니라, 지진이나 벽이 무너지는 소리 등 여러 음향 요소를 결합하여 재앙의 규모를 크게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사운드 디자인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영화의 흐름과 정서적 변화를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b) 감정선을 따라가는 배경음악
영화 "암살"의 사운드 디자인은 배경음악과 함께 감정의 흐름을 조율합니다. 영화 음악 감독 장영규는 영화 전반에 걸쳐 긴장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와 감정적으로 고조된 순간들을 음악으로 연결했습니다. 예를 들어, 안옥윤이 과거의 복수를 결심하는 순간, 잔잔하게 흐르던 음악이 점점 고조되며 그녀의 내면 갈등과 결단을 반영합니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애잔한 선율이 흐르며, 독립운동가들이 겪은 고통과 희생, 그리고 그들의 정신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영화의 감정적 여운을 극대화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